영화 리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화명]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소개]
한국 개봉일 : 2023.10.25
장르 : 시대극, 판타지, 드라마, 이세계, 모험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별점 : ★ 5.0 (역대급 명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 이후 10년 만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또 한 번의 은퇴 번복작
[줄거리]
이야기의 무대는 제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일본. 주인공은 입원중인 어머니를 화재로 여의고 아버지의 재혼으로 도쿄에서 시골로 이주한 소년 마키 마히토이다. 아버지의 재혼 상대는 죽은 어머니를 쏙 빼닮은 어머니의 여동생이었다. 색다른 7명의 노파가 섬기는 저택에 살기 시작한 마히토. 그 저택 근처에는 한때 이야기를 좋아하던 큰할아버지가 짓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폐허나 다름없는 탑이 있었다. 마히토는 사람의 언어를 말하는 왜가리에게 이끌려 신기한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느낀점]
일단 최근에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를 본 것이 기가 막힌 선택이었다고 생각함.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 𝄇>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서로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내가 느낀 두 작품의 공통점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두 노장이 자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자서전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것임. 내가 느낀 이 작품의 주제는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라." 라고 생각함. 에반게리온은 세계관에 초점을 맞추고 거기에 감독의 의도를 집어넣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감독의 의도에 세계관을 끼워맞춘 느낌이라서 내적인 스토리(작품의 내용)와(과) 외적인 스토리(감독의 의도) 두 가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함. 나는 감독의 의도 파악을 중점으로 봐서 스토리는 그냥 흘러가듯이 본 정도의 수준임.
전체적인 작품의 내용은 나츠코 씨를 찾기 위해 이세계로 간 주인공 마히토가 이런저런 모험을 하고 현실세계로 돌아온다는 내용임. 내가 생각한 건 현실은 현실이고, 이세계는 뭔가 도전을 위한 장소(= 어떤 특정 업계)를 뜻한다고 생각함. 새롭고 모르는 것이 많은 세계에 간 주인공이 모르는 것도 배우고, 경험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결과물을 얻어내는 내용이라고 생각함. 할머니 조각상들이 주인공을 지켜주는 것은 떨어져있어도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람들(키리코, 히미)도 있지만 잡아먹거나 방해하는 사람들(앵무새들)도 존재한다는 것. 작중에 노인(큰할아버지)이(가) 마히토에게 후계자를 주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의지로 무너지기 직전인 세상을 맡기기 위해서. 하지만 마히토는 노인의 의지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걸으려고 함. 그러자 노인은 그것도 좋은데 기회가 있을 때, 내가 기회를 줄 수 있을 때 잡아라. 이런 느낌으로 말함.
일본에서는 노인은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이라고 해석한다고 하는데,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음.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스튜디오가 쌓아온 명성이 있는데, 이렇다 할 후계자가 아직도 없다는 것이 아쉬운 그런 느낌임. 이것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를 자꾸 번복하는 것의 이유라고 생각함. 그리고 마지막에 왜가리가 마히토에게 이세계의 기억을 잊었냐고 물어보는데, 마히토는 다 기억한다고 함. 그리고 키리코 할멈 모양의 부적과 돌조각을 들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차츰 잊힐거라 하고 작별함. 이후에 마히토는 도쿄로 돌아가기 전에 무언가를 꺼내본 듯하다가 방을 나서면서 영화가 끝남. 이거는 여정의 과정?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너가 얻은, 너만의 결과물 하나만 있으면 된다 이런 느낌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 같음. 이걸 보여주지 않는 이유도 모험을 직접 한 주인공만이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물질적인 것이든 철학이든 그런 느낌으로.
아무튼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생 철학을 담은 마지막(?) 애니메이션으로 최고의 작품이었지 않나 싶었음. 이걸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감성으로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아방가르드한 연출을 사용해서 나타냈다는 점이 좋았음. 내적인 스토리와 자신이 담으려고 한 외적인 스토리까지 한 번에 챙긴 짜임새도 노련했다고 생각됨. 이런 작품들이 해석하는 맛이 있어서 보는 맛도 있는 것 같음. 역시 클라스는 영원하구나. 사소한 대사들에도 뼈가 있는게 있던데, "길을 잃으면 나올 수 없으니 조심해.", "이곳에서는 (너를 도와줄 수 있는) 내 힘에 한계가 있어. (라고 하지만 도와줄 수 있을 때는 도와주는 히미의 모습)" 등 이런 부분도 좋았음. 결론은 작품의 주제는 "소년이여 모험을 해라." 라고 말하고, 제목에서는 관객들에게 나는 이렇게 살았는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고 질문하는 것만 같고, 엔딩으로 흘러나오는 요네즈 켄시의 '지구본'은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라." 라고 말하는 것 같음. 이 느낌 때문에 여운이 남네.
+ 큰할아버지(노인)은 자신의 의지를 이를 후계자를 찾는데, 이건 미야자키 하야오 같고, 앵무새왕과 앵무새들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신봉하는 자들 같음. 앵무새들은 근본 지브리를 밀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후계자로 적합한 인물(히미)를 데려옴. 근데 이게 현실에서는 누군지 잘 모르겠음. 근데 주인공은 지브리의 의지를 잇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고 함(사파). 나는 이 인물이 신카이 마코토라고 생각함. 솔직히 지브리와 비빌만한 애니메이션 감독은 신카이 마코토 밖에 없음. 물론 작품성이 더 뛰어나서 비빈다는 건 아니고, 상업적으로 잘 팔리는 영화를 잘 만든다고 할까나? 물론 내용도 괜찮음. 노인과 마히토는 애니메이션계의 정파인 미야자키 하야오와 사파인 신카이 마코토(그래픽 디자인 쪽에서 시작함) 라고 생각함.